주름살 속까지 깨끗이 씻은 뜻이 청결하고 통통한 그 얼굴은 그날도 매우 혈색이 좋았으며, 무언가에 흡족해 있었다. 무더운 밤이었기에 옷자락을 끄는 소리가 서늘하고 냉랭하게 들렸다.
독경이 끝나고 모두들 노사의 방으로 불려가, 그곳에서 강화를 들었다.
노사가 선택한 공안은 무문관 제14칙의 남천참묘였다'남천참묘'란, 벽암록에도, 제63칙 '남천참묘아', 제64칙 '조주두재초혜'의 둘로 나와 있다. 예로부터 난해하기로 소문난 공안이다.
당나라 시절, 지주의 남천산에 보원선사라는 명승이 있었다. 산 이름을 따서, 남천 스님이라 불렀다.
절간 승려들이 모두 나와서 풀베기를 하고 있을 때, 이 한적한 산 속 절간에 한 마리의 새끼 고양이가 나타났다. 신기한 느낌에 모두가 달려들어 이것을 사로잡았으나, 그만 동서 양당의 다툼이 벌어졌다. 양당은 서로가 이 새끼 고양이를, 자기네가 키우겠다고 다툰 것이다.
그것을 모고 있던 남천 스님은, 당장에 새끼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고 풀 베는 낫을 들이대며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올바른 해결책을 구하면 살려 줄 것이고, 구하지 못하면 즉각 베어 버리겠다."
중들은 대답이 없었다. 남천 스님은 새끼 고양이를 베어 버렸다.
날이 저물어, 수제자인 조주가 돌아왔다. 남천 스님은 사건의 전말을 설명하고는 조주의 의견을 물었다.
조주는 곧바로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서 머리 위에 올린 채 나가 버렸다.
남천 스님은 탄식하며 말했다.
"아아, 오늘 네가 있어 주었더라면 고양이 새끼도 목숨을 건졌을 텐데."
--대체로 이상과 같은 이야기로, 특히 조주가 머리에 신발을 올려놓은 대목이 난해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노사의 강화에 의하면, 이것은 그다지 난해한 문제는 아니었다.
남천 스님이 고양이를 벤 것은, 자아의 미망을 끊어 망념과 망상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비정한 실천으로 고양이의 목을 자르고, 일체의 모순, 대립, 자타의 확집을 끊은 것이다. 이것을 살인도라 일컫는다면, 조주의 그것은 활인검이다. 흙투성이가 되어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신발을, 무한한 관용에 의하여 머리 위에 올려놓음으로 해서 보살도를 실천한 것이다.
노사는 이렇게 설명하고는, 일본의 패전에 대해서는 조금의 언급도 없이 강화를 끝마쳤다. 우리들은 여우에게 홀린 듯하였다. 어째서 패전한 이날에, 특별히 이 공안을 선택한 것인지 전혀 몰랐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복도에서, 나는 쓰루카와에게 그러한 의문을 호소했다.
쓰루카와도 머리를 저었다.
모르겠군. 승당 생활을 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지. 그래도 오늘밤 강화의 핵심은, 전쟁에서 패한 날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느니, 고양이를 베는 이야기를 한 점이라고 생각해."
전쟁에 졌다고 해서, 나는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사의 그 흐뭇하고 행복스러워 모이는 얼굴은 마음에 걸렸다.
어느 절이나 통상적으로 주지에 대한 존경심이 절의 질서를 유지시켜 주지만, 지난1년간 신세를 지면서도, 나에게서는 노사에 대한 깊은 경애심이 우러나오니 않았다. 그것은 그런 대로 좋았다. 하지만 어머니에 의하여 야심에 불이 당겨진 이래로, 열일곱 살인 나의 눈은 이따금 노사를 비판적으로 보게끔 되었다.
노사는 공평무사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만약 노사라면, 그 정도는 공평무사할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공평함이었다. 선승 특유의 유머도 노사의 성격에는 결여되어 있었다. 보통 그 같이 통통한 체구에는 유머가 따르기 마련이건만.
노사는 온갖 계집질을 다 해 본 사람이라고 들었다. 노사가 놀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면 우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분홍빛 찹쌀과자와도 같은 몸에 안기면, 여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세상 끝까지 그 분홍빛의 유연한 살이 계속되어, 살의 무덤에 묻힌 듯한 느낌이 들겠지.
나는 선승에게도 육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하였다. 노사가 온갖 계집질을 다 한 것은, 육체를 떼어버리고, 살을 경멸하기 위해서였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그 경멸하는 살이 마음껏 영양을 섭취하여, 반질거리며, 노사의 정신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잘 길들여진 가축처럼 온순하고 겸허한 살. 노사의 정신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첩과도 같은 그 살...
나에게 있어서, 패전이 무엇이었는가를 말하여 둘 필요가 있다.
그것은 해방이 아니었다. 결코 해방이 아니었다. 불변의 것, 영원한 것, 일상 속에 숨어들어 있는 불교적인 시간의 부활을 의미하였다.
절간의 일과는 패전 다음날부터, 다시 이전처럼 계속되었다. 개정, 조과, 죽좌, 작무, 재좌, 약석, 개욕, 개침. 게다가, 노사는 암거래 쌀의 구입을 엄금하였기 때문에, 단가에서 기부한 쌀이라든지, 혹은 부사가 한창 자라는 우리들을 위하여, 기부라는 구실로 사들이는 약간의 암거래 쌀이, 빈약한 죽그릇에 가라앉아 있었다.
때때로 고구마를 사러 가기도 했다. 죽좌는 아침만이 아니라, 낮에도 밤에도 죽이나 고구마가 계속되어, 우리들은 언제나 굶주리고 있었다.
쓰루카와는 도쿄의 생가에 부탁하여, 이따금 달콤한 과자 같은 것을 보내오도록 하곤 했다. 밤이 깊어지면, 내 머리맡에 와서 함께 먹었다. 심야의 하늘에는 때때로 번개가 스쳐 갔다.
그토록 부유한 생가와 자애심 많은 부모님 곁으로, 어째서 돌아가려 하지 않는지 나는 물었다.
"하지만 이것도 수행인걸. 어차피 나도, 아버지 절을 이어받을 거니까."
그에게는 조금도 걱정되는 일이 없어 보였다. 젓가락통에 꼭 맞게 넣어져 있는 젓가락처럼. 나는 이야기를 이어서, 이제부터 상상도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쓰루카와에게 말하였다. 그때 나는, 종전 후 3일째 되던 날에 학교에 갔을 때, 공장의 지도자인 사관이 트럭에 가득한 물자를 자기 집으로 갖고 갔다는 이야기를 모두들 하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사관은 공공연히, 이제부터 자기는 암거래상을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대담하며, 잔혹하고, 날카로운 눈을 지닌 사관이 본격적으로 악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가 장화를 신고 달리는 길목에는, 전쟁에 있어서의 죽음과 꼭 닮은 얼굴의, 아침노을과도 같은 무질서가 있었다.
가슴에 흰색의 비단 머플러를 휘날리며, 훔친 물자를 등이 굽을 정도로 짊어지고, 밤기운이 남아 있는 바람을 뺨에 맞으며, 그는 출발하리라. 그는 무서운 속도로 마멸하리라. 하지만 훨씬 멀리에서, 훨씬 가볍게, 무질서의 눈부신 종루의 종은 울리고 있다...
그러한 것들 모두로부터 나는 격리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돈도 없고, 자유도 없고, 해방도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라고 내가 말할 때, 17세의 내가, 아직 그다지 뚜렷한 형태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결의를 굳히고 있었음은 확실하다.